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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트럼프의 '볼턴 뭉개기'…약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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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다민 조회5,261회 댓글0건 작성일20-01-31 03:4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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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NSC, 볼턴 저서에 "일급비밀"…재갈 물려
트럼프, 아침부터 분노 트윗…"자리 구걸했다"
"리비아 모델 운운…6차 세계대전 일어날 뻔"
자극받은 볼턴 역공 땐 되레 치명상 입을 수도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탄핵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존 볼턴(사진 오른쪽)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입을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동을 개시했다. 백악관은 폭탄 증언이 담긴 볼턴 전 보좌관 저서 출간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과거 약점들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이른바 ‘강공 모드’로 선회했다. 미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볼턴의 증인 채택 문제에 단일대오를 이뤘던 공화당이 균열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볼턴 죽이기’가 되레 ‘정말 뭐가 있나’라는 여론을 증폭시키거나, 법적대응·기자회견 등 볼턴 전 보좌관의 역공을 불러 되레 트럼프를 옥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 볼턴 측에 “저서에 일급비밀 담겨”
백악관 NSC는 오는 3월17일 발간 예정인 볼턴의 저서 ‘그것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초안을 검토한 결과 일급기밀이 포함돼 현 상태로는 출판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미 언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현직 관료들이 책을 쓸 경우 국가안보에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는지 정부의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볼턴의 저서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게 NSC의 판단이다. NSC는 지난 23일 볼턴 측 변호인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원고는 기밀 정보에 대한 삭제 없이 출판 또는 공개가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6일 뉴욕타임스(NYT)·더 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저서 초안에서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父子) 등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도울 때까지 군사 지원금 3억9100만달러의 군사 원조를 동결하기를 원한다고 내게 말했다”고 썼다. 이를 기점으로 미 상원의 탄핵심판 분위기는 싹 바뀌었다. 민주당의 볼턴 증인채택론(論)은 더 힘을 받기 시작했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발언들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반대’ ‘구걸’ ‘해고’ 막말로 깔아뭉개
트럼프 대통령도 볼턴 전 보좌관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그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수년 전 유엔대사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그 이후 어떤 자리에도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2005년 유엔주재 미 대사 지명 당시 거센 반대로 공화당이 상원 휴회 기간에 이른바 ‘날치기’ 임명을 강행했던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나에게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구걸했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나는 그에게 자리를 줬다”고도 했다. ‘반대’ ‘구걸’ 등의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볼턴 전 보좌관을 깔아뭉갠 셈이다.
더 나아가 “그 자리를 얻은 뒤 (볼턴 전 보좌관은) TV에서 ‘리비아 모델’을 말했고, 더 많은 판단 착오를 했다”며 “내가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제6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재임 당시 꾸준히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으나 북한 측의 반발만 샀고, 결국 트럼프는 이를 폐기했었다. 이어 “해고 당하자마자 곧바로 형편없고 사실이 아닌 책을 쓰고 있다. 모두 기밀의 국가 안보”라고 했다.
사진=AFP◇공화당에 “민주당 장난 못 치게 하라”…단속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의 눈치를 봐온 건 사실이다. 만약 그의 탄핵심판 증언이 현실화할 경우 말 그대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의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 전·현직 당국자들의 ‘증언’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지난해 11월25일 뜬금없이 “볼턴 전 보좌관은 애국자”라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었다.
그러나 볼턴발(發) 변수에 공화당이 증인 채택을 막을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강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상원 100석 중 과반(53석)을 점한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와 각을 세워왔던 밋 롬니를 비롯해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4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 과반이 무너질 경우 볼턴 전 보좌관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향해 “기억하라. 증인은 하원의 문제이지 상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볼턴 역공 땐 역풍…‘객관성 떨어질 것’ 분석도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죽이기’가 성공작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볼턴전 보좌관의 신뢰성이 공격받게 되면 오히려 그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가 더 확산할 수 있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그의 주장을 한 번 들어보자’라는 여론이 증폭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실제 볼턴 측이 저서 출판을 위한 법적대응에 나서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폭풍 발언’을 쏟아낼 경우 트럼프로선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반면 볼턴 전 보좌관 증언이 현실화더라도 정치적 ‘복수극’ 이상으로 파장이 증폭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9월 소위 ‘트윗 경질’ 이후 사실상 ‘견원지간’이 됐다는 게 미 워싱턴 정가에서의 정설인 만큼, 그의 증언은 객관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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