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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사우디 '죽느냐 사느냐' 치킨게임 총성..세계경제 혼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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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표용새 조회4,593회 댓글0건 작성일20-03-10 03:5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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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격 30달러 밑돌아…“20달러 시대 올 것”
유가 급락, 에너지 기업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만약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감산을 하지 않아도 좋다”
. 미국 석유정보회사 에너지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직후 호텔로 돌아온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사우디 지도부(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로 추정)로부터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전날 러시아가 OPEC의 추가 감산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데 따른 지시다.
다음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압둘아지즈 장관과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후,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박 장관은 “4월 1일부터 OPEC의 감산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는 증산을 시작할 것이다. (증산은) 좀 더 빨리 시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맞불을 놓았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8일 2017년부터 유지해온 감산 협약을 이달부로 종료하고 4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970만배럴에서 10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아시아에 대한 4월분 아랍경질유 선적분의 공식판매가격(OSP)을 3월보다 배럴당 6달러, 미국에 대해서는 8달러, 유럽에 대해서는 8달러씩 내리겠다고 밝혔다.
◇석유가격 30달러 밑돌아…“20달러 시대 올 것”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감돌던 유가시장은 우려했던 석유전쟁이 현실화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한국시간 9일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 원유 선물거래가격은 배럴당 31.02달러로, 전날 대비 배럴당 14.25달러(31.5%)나 대폭락했다. 1991년 1월17일 걸프전쟁 발발 이래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2월12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거래가격도 이날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역시 1991년 1월 걸프전쟁 이후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2월 22일(32.6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미 코로나19로 올해 석유 수요가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은 사실상 ‘누군가 포기할때까지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우디 전세계 산유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산유국이다. 2위는 미국, 3위는 러시아다.
두바이 최대은행 에미리트NBD의 에드워드 벨 상품분석가는 “산유국들이 증산 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이제 가격 전쟁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추가 감산 논의가 (증산이라는) 놀라운 반전으로 나타났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하루 평균 생산량을 110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도 사우디는 하루 평균 산유량을 125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증산 규모는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원유컨설팅업체 드래고맨벤처의 알리 케데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2020년 유가 2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락,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시장은 이번 유가 급락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의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다 저성장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수요 감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국가간 교역량 위축,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까지 겹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에너지 관련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이 악화해 파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산업이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제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유가는 사우디가 배럴당 78달러, 아랍에미리트(UAE)가 68달러, 이라크가 59달러이다. 중동·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 11개국 모두 실질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유가보다 훨씬 아래 유가가 형성돼 있다. 2020년 예산의 전제가 되는 원유 가격을 42.40달러로 설정한 러시아 역시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러시아 루블과 캐나다 달러 등 산유국 통화가 크게 하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1달러 대비 73달러까지 하락하며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였으며 달러화 대비 캐나다달러 가치도 1.38캐나다 달러를 기록, 2018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사우디를 비롯해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다수 중동국가 역시 자국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달러를 팔아서 자국 통화를 사는 외환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이 글로벌 경제의 또 하나의 ‘블랙스완’(검은 백조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아시아증시 시장은 일제히 폭락,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 엔화 가격은 상승했다. 케데리 CEO는 “코로나19로 거대한 지정학적 불안에 시달리는 시장에 국제적 감산 공조 와해가 원투펀치를 가했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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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격 30달러 밑돌아…“20달러 시대 올 것”
유가 급락, 에너지 기업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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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석유정보회사 에너지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직후 호텔로 돌아온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사우디 지도부(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로 추정)로부터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전날 러시아가 OPEC의 추가 감산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데 따른 지시다.
다음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압둘아지즈 장관과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후,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박 장관은 “4월 1일부터 OPEC의 감산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는 증산을 시작할 것이다. (증산은) 좀 더 빨리 시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맞불을 놓았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8일 2017년부터 유지해온 감산 협약을 이달부로 종료하고 4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970만배럴에서 10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아시아에 대한 4월분 아랍경질유 선적분의 공식판매가격(OSP)을 3월보다 배럴당 6달러, 미국에 대해서는 8달러, 유럽에 대해서는 8달러씩 내리겠다고 밝혔다.
◇석유가격 30달러 밑돌아…“20달러 시대 올 것”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감돌던 유가시장은 우려했던 석유전쟁이 현실화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한국시간 9일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 원유 선물거래가격은 배럴당 31.02달러로, 전날 대비 배럴당 14.25달러(31.5%)나 대폭락했다. 1991년 1월17일 걸프전쟁 발발 이래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2월12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거래가격도 이날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역시 1991년 1월 걸프전쟁 이후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2월 22일(32.6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미 코로나19로 올해 석유 수요가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은 사실상 ‘누군가 포기할때까지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우디 전세계 산유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산유국이다. 2위는 미국, 3위는 러시아다.
두바이 최대은행 에미리트NBD의 에드워드 벨 상품분석가는 “산유국들이 증산 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이제 가격 전쟁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추가 감산 논의가 (증산이라는) 놀라운 반전으로 나타났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하루 평균 생산량을 110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도 사우디는 하루 평균 산유량을 125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증산 규모는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원유컨설팅업체 드래고맨벤처의 알리 케데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2020년 유가 2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락,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시장은 이번 유가 급락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의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다 저성장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수요 감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국가간 교역량 위축,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까지 겹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에너지 관련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이 악화해 파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산업이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제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유가는 사우디가 배럴당 78달러, 아랍에미리트(UAE)가 68달러, 이라크가 59달러이다. 중동·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 11개국 모두 실질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유가보다 훨씬 아래 유가가 형성돼 있다. 2020년 예산의 전제가 되는 원유 가격을 42.40달러로 설정한 러시아 역시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러시아 루블과 캐나다 달러 등 산유국 통화가 크게 하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1달러 대비 73달러까지 하락하며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였으며 달러화 대비 캐나다달러 가치도 1.38캐나다 달러를 기록, 2018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사우디를 비롯해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다수 중동국가 역시 자국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달러를 팔아서 자국 통화를 사는 외환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이 글로벌 경제의 또 하나의 ‘블랙스완’(검은 백조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아시아증시 시장은 일제히 폭락,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 엔화 가격은 상승했다. 케데리 CEO는 “코로나19로 거대한 지정학적 불안에 시달리는 시장에 국제적 감산 공조 와해가 원투펀치를 가했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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