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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열 회장이 이끄는 뱅뱅 그룹이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의 '뱅뱅 빌딩'을 담보로 500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지만 왜 받았는지에 대한 용처가 불분명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943 소재 뱅뱅 빌딩 /윤정원 기자, 뱅뱅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498억2400만 원 근저당권 설정, 직원들도 몰라…용처 궁금증 '증폭'

[더팩트｜윤정원 기자] 권종열 뱅뱅어패럴 회장이 이끄는 뱅뱅(BANG BANG)그룹이 서울 강남역과 양재역 사이에 자리한 뱅뱅 사거리 랜드마크 '뱅뱅 빌딩'을 담보로 지난해 9월 500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뱅뱅그룹의 한 해 매출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의 돈을 빌리면서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작 뱅뱅 관계자들은 대출 여부나 용처도 파악하지 못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943 소재 뱅뱅 빌딩은 대지 1759.3㎡, 연면적 9937.61㎡,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로, 1991년 9월 2일 준공됐다. 대신증권 소유였던 이 건물은 2011년 11월 2일 뱅뱅의 투자 자회사인 야드엘파이낸스에 650억 원에 매각됐으며, 2012년 1월 12일 소유권이 이전됐다.

뱅뱅은 해당 빌딩 매입 전후 꾸준히 몸값을 올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뱅뱅어패럴의 매출은 △2011년 1584억5342만 원 △2012년 1645억2196만 △2013년 1744억2794만 원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뱅뱅은 건물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매장을 확대하고 홈쇼핑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국내 청바지 브랜드 최강자 입지를 줄곧 지켜왔다.

그러나 2015년부터는 매출액이 감소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뱅뱅어패럴의 매출은 △2014년 1565억8218만 원 △2015년 1346억6955만 원 △2016년 1146억1893만 원 △2017년 1001억8803만 원 등으로 떨어지더니 2018년 들어서는 929억4537만 원을 기록하며 1000억 원 아래까지 내려왔다. 지난해에는 832억4159만 원의 매출액을 나타내며 하락폭을 키웠다.

뱅뱅 빌딩의 등기부 등본에는등기부등본에는 지난해 9월 27일 자 채권최고액 498억2400만 원으로 설정된 근저당권이 명시돼 있다.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지난해 9월 뱅뱅은 본사 빌딩을 담보로 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확인한 뱅뱅 빌딩의 등기부등본에는 지난해 9월 27일 자 채권최고액 498억2400만 원으로 설정된 근저당권이 명시돼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야드엘파이낸스의 2019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담보설정금액은 498억2400만 원, 순부채 금액은 412억6998만 원으로 나타났다. 야드엘파이낸스가 뱅뱅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은 지난 2011년 건물 매매가인 650억 원의 약 77%에 달하는 규모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의류업체가 큰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라며 "의류업계에서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투자 계획도 미루거나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근저당권자인 농협은행 측은 "대출은 기본적으로 평가법인 평가사들을 통해서 이뤄진다. 토지 및 건물에 대한 평가가 있고 주변 시장 상황, 특히 시세가 가장 중요하다. 용처 확인은 어렵지만 뱅뱅 사거리 메인 건물에 대해서 500억 원의 대출 실행 절차가 그리 복잡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뱅 빌딩 담보 대출에 대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뱅뱅 그룹이 급하게 자금을 필요로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뱅뱅 빌딩 근방 G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9월께 뱅뱅 빌딩 관리소장이 얼마 정도에 매물을 내놓으면 당장 나가겠느냐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 자금 상황이 상당이 급박했던 것 같다. 그 이후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평당 1억 원 아래로 값을 부르길래 그렇게 내놓으시면 당연히 바로 팔리기는 하겠지만 왜 그렇게 파시느냐, 좀 더 갖고 가시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최근 뱅뱅 빌딩의 주인 손바뀜이 있었다는 항간의 소문에 관해서는 "아직 주인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야드엘파이낸스 직원들은 본사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 사실에 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다. 야드엘파이낸스 총무부 관계자는 "500억 원 대출의 용처는 알 수 없다. 건물 담보 근저당이 설정된 사실과 관련해서도 저희는 아는 바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휴업 중이고 안 나오는 직원들도 많아서 확인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야드엘파이낸스는 뱅뱅그룹의 계열사로, 섬유류 제품 제조 및 판매와 부동산임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야드엘파이낸스 전체 지분 가운데 79.3%는 권종열 회장이 갖고 있으며, 권 회장의 장남인 권성윤 뱅뱅어패럴 사장과 차남인 권성재 더휴컴퍼니 사장이 각각 8.6%씩 지분을 보유 중이다. 권 회장의 아내인 허경자 에드윈인터내셔널 대표는 3.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야드엘파이낸스가 뱅뱅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 498억2400만 원은 지난 2011년 건물 매매가인 650억 원의 약 77%에 달하는 규모다. /윤정원 기자

한편, 앞서 2011년 뱅뱅이 이 건물을 사들였던 까닭은 '뱅뱅 사거리'라는 무형의 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기업의 브랜드가 몇십년간 사람들의 기억에 오르내리면서 일반 거리명으로 굳어진 곳이 거의 없는 탓이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강남은 서울의 변두리에 불과했다. 압구정동이나 테헤란로, 강남역 일대 정도를 빼면 고층 건물을 보기도 쉽지 않았다. 강남대로와 도곡로가 만나는 사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강남에 고층 건물이 즐비하지만 당시만 해도 4층짜리 뱅뱅 어패럴 본사가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일대를 뱅뱅 사거리로 부르게 됐고, 이는 공식 지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도로명과 달리 뱅뱅 어패럴 본사 건물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는 없었다. 건물이 워낙 소규모인 데다 사거리의 코너는 바로 옆 당시 대신증권 빌딩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권종열 뱅뱅 회장이 대신증권 빌딩을 탐내게 된 것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권종열 회장은 이내 뱅뱅 사거리에 딱 붙어 위치한 대신증권빌딩을 인수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뱅뱅 사거리를 완성한 바 있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서울 변두리였던 뱅뱅 사거리는 현재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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