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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슬기로운 ‘선거’ 활용법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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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여환 조회4,401회 댓글0건 작성일20-02-19 07:0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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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0년 2월19일 슬기로운 ‘선거’ 활용법
선거를 앞두면 여러 공약들이 난무합니다. 경우에 따라 핵심 사안을 두고 여·야가 정반대의 공약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선거 결과는 사안에 대한 민심이기 때문에 이기는 쪽은 공약 실행에 탄력을 받습니다. 선거 한 번에 국가정책이 결정되는 셈이죠. 바로 이런 상황이 10년 전 오늘,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졌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번지는 무상급식 시민운동’입니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무상급식’이었습니다. ‘무상급식’에 관해서는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데요. 무엇이 옳은지 와는 별개로 사회 변화에 선거를 활용한 방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사는 “6·2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공약으로 부상한 무상급식이 시민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 모임이 발족하고 법·조례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로 시작합니다. 이어 “한살림·아이쿱 생협·참여연대·참교육학부모회 등 서울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발족했다”고 전합니다.
사실, 국가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입니다. 적어도 선거가 시작되면 출마자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무상급식’은 선거의 특성을 활용해 정치 쟁점화 및 실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대부분 시민운동은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운동본부 측은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이미 전북·광주·경남·경기 등 여러 지역에서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며 범시민운동 추진의 배경을 설명합니다.
이어 당시 운동본부의 배옥병 대표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말로만 친서민 정책을 내세울 게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며 “서울시장과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구청장 등 각 후보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공약을 요구하고 답변을 받아 공개할 것”이라고 정치권을 압박합니다. 선거를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실제 의원들도 동의에 뜻을 밝혔습니다. 당시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이었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 한나라당과 정부의 대체적 사고인 것 같다”며 “그렇다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80%의 국민과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사회주의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에 색깔론은 적절치 않다”고도 덧붙입니다.
전국 시민단체도 연대합니다. 대전지역의 64개 단체는 ‘친환경 무상급식 대전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지방선거 주요 공약 채택’, ‘무상급식 확대 조례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 강원지역에서도 4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무상급식 무상교육 강원운동본부’를 출범했고, 전남 목포·여수·광양·순천시와 전북 익산 등지에서도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이 진행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무상급식과 관련 공약을 냈습니다. 이 공약들은 실제 무상급식 실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거 이전과는 크게 변하게 된 것입니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습니다. 정쟁만 일삼는 의원, 특권층 의원을 새로 뽑는다는 생각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꼭 선거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의 주요 정책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지 않는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정책 실행을 촉진할 유용한 수단입니다. 바로 무상급식 사례처럼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어떻게 압박하느냐 입니다. 10년 전 무상급식처럼 이번 선거도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 장도리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0년 2월19일 슬기로운 ‘선거’ 활용법
선거를 앞두면 여러 공약들이 난무합니다. 경우에 따라 핵심 사안을 두고 여·야가 정반대의 공약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선거 결과는 사안에 대한 민심이기 때문에 이기는 쪽은 공약 실행에 탄력을 받습니다. 선거 한 번에 국가정책이 결정되는 셈이죠. 바로 이런 상황이 10년 전 오늘,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졌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번지는 무상급식 시민운동’입니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무상급식’이었습니다. ‘무상급식’에 관해서는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데요. 무엇이 옳은지 와는 별개로 사회 변화에 선거를 활용한 방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사는 “6·2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공약으로 부상한 무상급식이 시민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 모임이 발족하고 법·조례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로 시작합니다. 이어 “한살림·아이쿱 생협·참여연대·참교육학부모회 등 서울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발족했다”고 전합니다.
사실, 국가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입니다. 적어도 선거가 시작되면 출마자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무상급식’은 선거의 특성을 활용해 정치 쟁점화 및 실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대부분 시민운동은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운동본부 측은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이미 전북·광주·경남·경기 등 여러 지역에서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며 범시민운동 추진의 배경을 설명합니다.
이어 당시 운동본부의 배옥병 대표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말로만 친서민 정책을 내세울 게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며 “서울시장과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구청장 등 각 후보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공약을 요구하고 답변을 받아 공개할 것”이라고 정치권을 압박합니다. 선거를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실제 의원들도 동의에 뜻을 밝혔습니다. 당시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이었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 한나라당과 정부의 대체적 사고인 것 같다”며 “그렇다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80%의 국민과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사회주의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에 색깔론은 적절치 않다”고도 덧붙입니다.
전국 시민단체도 연대합니다. 대전지역의 64개 단체는 ‘친환경 무상급식 대전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지방선거 주요 공약 채택’, ‘무상급식 확대 조례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 강원지역에서도 4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무상급식 무상교육 강원운동본부’를 출범했고, 전남 목포·여수·광양·순천시와 전북 익산 등지에서도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이 진행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무상급식과 관련 공약을 냈습니다. 이 공약들은 실제 무상급식 실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거 이전과는 크게 변하게 된 것입니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습니다. 정쟁만 일삼는 의원, 특권층 의원을 새로 뽑는다는 생각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꼭 선거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의 주요 정책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지 않는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정책 실행을 촉진할 유용한 수단입니다. 바로 무상급식 사례처럼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어떻게 압박하느냐 입니다. 10년 전 무상급식처럼 이번 선거도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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