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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프로야구 '선두 4팀 1.5경기 차 다닥다닥'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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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여환 조회2,508회 댓글0건 작성일20-09-21 09:2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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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호랑이 이제 내 앞엔 아무도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1990년 9월 20일 현재 프로야구 순위에서 해태 타이거즈(현재의 기아 타이거즈)가 LG 트윈스, 빙그레 이글스(현재의 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해태는 20일까지 8연승을 거둔 덕분에 그해 처음으로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타이거즈의 놀라운 상승세와 함께 30년 전 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시즌 막판이었는데도 어느 팀이 1위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기사의 부제목에도 타이거즈의 호성적에 주목한 ‘8연승 시즌 첫 1위로’라는 문구와 함께 ‘선두 4팀 1.5경기 차 다닥다닥’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당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990년 9월 21일 경향신문.
해태가 놀라운 괴력을 보이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해태는 20일 광주구장서 벌어진 롯데와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서 선동렬을 투입, 6-0으로 완봉승을 거둬 이날 패한 LG, 빙그레를 추월했다.
삼성도 전날에 이어 LG에 2연승을 거두며 64승 2무 48패로 선두와 1.5게임차를 유지하며 3위 빙그레에 1게임차로 따라 붙었다. LG는 이날 삼성에게 2-3으로 패해 지난 16일 빙그레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지 4일 만에 해태에게 승차없이 승률에서 뒤져 2위로 내려앉았다. 또 빙그레도 태평양에 3-5로 패해 반 게임차로 3위로 떨어졌다.
한편 선동렬은 이날 안타 3개만 내주고 삼진 12개를 뽑아내는 특급완봉 투구로 올시즌 22승째를 올리며 통산 104승을 기록, 최동원(103승)을 추월하고 김시진(121승)에 이어 통산 다승부문 2위에 올라섰다.
또 한대화는 3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과시, 3할3푼3리로 빙그레 이강돈(3할4푼)과 LG 노찬엽(3할3푼5리)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타격왕 경쟁에 명함을 내밀었다.
1990년 9월 3일 경향신문.
당시 기사에 나온 것처럼 1990년은 팀별로 108~116경기를 치른 시점에도 1~4위를 어느 팀이 차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해였습니다. 7개팀이 각 팀과 20경기씩 총 120경기를 치렀던 것을 감안하면 시즌 막판까지도 순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해인 것입니다. 프로야구가 8개 구단 체제가 된 것은 쌍방울 레이더스가 1군 리그에 합류한 1991년부터입니다.
1989년 11월 1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헹가레를 치고 있는 해태 타이거즈 선수단.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0년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던 것은 기사에 언급된 전년도인 1989년 우승팀인 해태 타이거즈와 그해 MBC 청룡에서 이름을 바꾼 LG 트윈스가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며 상승세를 보인 덕분이었습니다. 그해 9월 2일 현재 순위표를 보면 빙그레 이글스는 59승 2무 37패를 기록해 2위인 삼성 라이온즈와 3위인 LG 트윈스에 각각 4경기, 4.5경기 차로 앞서 있었습니다. 20일 1위로 올라선 해태 타이거즈는 1위와 7경기 차였습니다. 타이거즈가 18일 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 1990년 9월 3일자 경향신문의 ‘프로야구 전망대’ 코너의 제목은 ‘4위 굳힌 호랑이 사자 잡고 2위 하자’였습니다.
그해 순위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된 지 3일 뒤인 1990년 7월 6일 순위표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1위 빙그레 이글스(32승 24패)와 6위 롯데 자이언츠(25승 1무 26패)의 경기 차는 4.5 경기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1990년 7월 6일 경향신문.
1990년의 이 같은 막판 대혼전은 올해의 프로야구 순위 경쟁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올해 역시 팀당 110~116경기를 치른 20일 현재까지 1위~6위에 어느 팀이 이름을 올릴지 모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해입니다. 20일 현재 1위 NC 다이노스와 6위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차는 7경기에 불과합니다. 1위 NC 다이노스도 연패의 수렁에 빠지면 중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고, 6위 기아 타이거즈도 연승 바람을 타면 상위권 도약이 가능한 것입니다. 1위를 독주하던 NC 다이노스와 줄곧 상위권에 있던 두산 베어스가 주춤한 사이 중위권 팀들이 치고 올라와 경기 차가 줄어든 덕분에 벌어진 상황입니다.
1990년 10월 29일 경향신문에 실린 LG트윈스 우승 관련 광고.
1990년 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것은 9월 29일이었습니다. 당시 LG 트윈스는 그날 마지막 OB 베어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신인 포수 김동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면서 해태를 한 경기 차로 따돌리고 1위를 확정지었습니다. 30년 전에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올해도 1위 팀이 결정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1990년처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가 확정될 수도 있겠지요. 각 팀 감독, 코치, 선수 들은 피가 마르는 경쟁을 치러야겠지만 그만큼 팬들은 흥미진진하게 순위 다툼을 지켜볼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2020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무사히 끝나길, 선수들이 부상없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이어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장도리
[경향신문]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호랑이 이제 내 앞엔 아무도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1990년 9월 20일 현재 프로야구 순위에서 해태 타이거즈(현재의 기아 타이거즈)가 LG 트윈스, 빙그레 이글스(현재의 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해태는 20일까지 8연승을 거둔 덕분에 그해 처음으로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타이거즈의 놀라운 상승세와 함께 30년 전 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시즌 막판이었는데도 어느 팀이 1위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기사의 부제목에도 타이거즈의 호성적에 주목한 ‘8연승 시즌 첫 1위로’라는 문구와 함께 ‘선두 4팀 1.5경기 차 다닥다닥’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당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990년 9월 21일 경향신문.
해태가 놀라운 괴력을 보이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해태는 20일 광주구장서 벌어진 롯데와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서 선동렬을 투입, 6-0으로 완봉승을 거둬 이날 패한 LG, 빙그레를 추월했다.
삼성도 전날에 이어 LG에 2연승을 거두며 64승 2무 48패로 선두와 1.5게임차를 유지하며 3위 빙그레에 1게임차로 따라 붙었다. LG는 이날 삼성에게 2-3으로 패해 지난 16일 빙그레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지 4일 만에 해태에게 승차없이 승률에서 뒤져 2위로 내려앉았다. 또 빙그레도 태평양에 3-5로 패해 반 게임차로 3위로 떨어졌다.
한편 선동렬은 이날 안타 3개만 내주고 삼진 12개를 뽑아내는 특급완봉 투구로 올시즌 22승째를 올리며 통산 104승을 기록, 최동원(103승)을 추월하고 김시진(121승)에 이어 통산 다승부문 2위에 올라섰다.
또 한대화는 3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과시, 3할3푼3리로 빙그레 이강돈(3할4푼)과 LG 노찬엽(3할3푼5리)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타격왕 경쟁에 명함을 내밀었다.
1990년 9월 3일 경향신문.
당시 기사에 나온 것처럼 1990년은 팀별로 108~116경기를 치른 시점에도 1~4위를 어느 팀이 차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해였습니다. 7개팀이 각 팀과 20경기씩 총 120경기를 치렀던 것을 감안하면 시즌 막판까지도 순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해인 것입니다. 프로야구가 8개 구단 체제가 된 것은 쌍방울 레이더스가 1군 리그에 합류한 1991년부터입니다.
1989년 11월 1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헹가레를 치고 있는 해태 타이거즈 선수단.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0년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던 것은 기사에 언급된 전년도인 1989년 우승팀인 해태 타이거즈와 그해 MBC 청룡에서 이름을 바꾼 LG 트윈스가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며 상승세를 보인 덕분이었습니다. 그해 9월 2일 현재 순위표를 보면 빙그레 이글스는 59승 2무 37패를 기록해 2위인 삼성 라이온즈와 3위인 LG 트윈스에 각각 4경기, 4.5경기 차로 앞서 있었습니다. 20일 1위로 올라선 해태 타이거즈는 1위와 7경기 차였습니다. 타이거즈가 18일 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 1990년 9월 3일자 경향신문의 ‘프로야구 전망대’ 코너의 제목은 ‘4위 굳힌 호랑이 사자 잡고 2위 하자’였습니다.
그해 순위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된 지 3일 뒤인 1990년 7월 6일 순위표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1위 빙그레 이글스(32승 24패)와 6위 롯데 자이언츠(25승 1무 26패)의 경기 차는 4.5 경기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1990년 7월 6일 경향신문.
1990년의 이 같은 막판 대혼전은 올해의 프로야구 순위 경쟁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올해 역시 팀당 110~116경기를 치른 20일 현재까지 1위~6위에 어느 팀이 이름을 올릴지 모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해입니다. 20일 현재 1위 NC 다이노스와 6위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차는 7경기에 불과합니다. 1위 NC 다이노스도 연패의 수렁에 빠지면 중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고, 6위 기아 타이거즈도 연승 바람을 타면 상위권 도약이 가능한 것입니다. 1위를 독주하던 NC 다이노스와 줄곧 상위권에 있던 두산 베어스가 주춤한 사이 중위권 팀들이 치고 올라와 경기 차가 줄어든 덕분에 벌어진 상황입니다.
1990년 10월 29일 경향신문에 실린 LG트윈스 우승 관련 광고.
1990년 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것은 9월 29일이었습니다. 당시 LG 트윈스는 그날 마지막 OB 베어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신인 포수 김동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면서 해태를 한 경기 차로 따돌리고 1위를 확정지었습니다. 30년 전에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올해도 1위 팀이 결정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1990년처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가 확정될 수도 있겠지요. 각 팀 감독, 코치, 선수 들은 피가 마르는 경쟁을 치러야겠지만 그만큼 팬들은 흥미진진하게 순위 다툼을 지켜볼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2020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무사히 끝나길, 선수들이 부상없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이어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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