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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 같은 그림이 11억에 팔리기까지, 구순화가의 인생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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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은지 조회1,685회 댓글0건 작성일21-05-22 11:3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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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실핏줄 만들고 심장 소리 담고 싶었다"60년 화업 단색조 거장 정상화 인터뷰 나만의 재료 고령토 바르고 물감 덜어내고 메우기 반복해우주와 자연을 담으려 애써파리·고베·서울 먼길 돌아여주 산속서 수행하듯 작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예술여정 담은 100점 펼쳐눈빛이 강렬한 청년의 초상화가 먼저 관람객을 맞았다.한국 단색조 추상화 거장 정상화 화백(89)이 1953년 서울대 입학 후 그린 자화상이다. 60여년 화업을 정리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개인전에서 만난 그는 "학생 시절 그림이 나를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며 "실험과 모험을 거듭한 초창기 작품들이 있어서 오늘날 내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그는 미대 졸업 후 '남이 안 하는 것'을 찾아 헤맸으며, '남이 다 하는 것'을 버리면서 작업해왔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위해 일본 고베와 프랑스 파리로 떠났으며 1996년부터 경기도 여주 산속에서 구도자처럼 '나홀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캔버스에 고령토를 3~5mm 바르고 수직·수평선 또는 대각선을 따라 접어 화면에 균열을 낸 후 고령토를 뜯어내고 물감으로 메우고 덜어내는 행위를 5~6회 반복해 격자 구조 추상화를 이뤄냈다. 그는 "화면에 입체감이 생기고 설득력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고령에도 조수 없이 대작 만을 고집하기에 한 달에 평균 한 작품을 완성한다. 워낙 과작(寡作)인데다 독보적인 조형세계를 이뤄 그의 작품 경매 최고가는 11억원대(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달한다. '미술품 공장'을 지어 작품을 대량 생산하는 현대미술가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정 화백은 "누군가에게 대신 그림을 그리는 하는 작가를 용서하면 안 된다"며 "내 성격이 좀 별나서 작업할 때는 딸도 신경이 쓰여 옆에 못 오게 한다"고 강조했다.이번 전시는 그가 작업했던 여러 공간(서울, 고베, 파리, 여주)에 따라 연대기적 흐름으로 작품과 자료 100여점을 펼친다. 먼저 1953~1968년 서울에서 펼친 작품들은 젊은 시절 추상실험을 보여준다. 열정적으로 물감을 던지고 뭉개며 캔버스를 찢는 앵포르멜(제2차 세계대전 후 격정적인 추상화 운동) 경향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정 화백은 "그 시절 고통과 몸부림으로 작품 세계를 뒤집으면서 나를 찾아나갔다"며 "함께 했던 한국 앵포르멜 동기들은 이제 다 눈을 감고 사라졌으며 박서보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1967년 파리로 갔지만 경찰과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대치하는 시위가 자주 일어나 밖에 못 나가고 작업만 하다가 1년여만에 아내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귀국했다. 병간호를 하던 그는 이미 계약한 고베 화랑의 독촉으로 1969~1977년 일본에 머물며 단색조 추상화로 변모했다. 화면에 기하학적 도형이 줄어들고 1973년 전후로 백색 격자형 구조 추상화가 나타난다. 격자 기법은 1967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가했을 때 네모난 작은 돌로 넓은 대로를 메우고 있던 노동자의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 유년시절 치마에 일정한 주름을 잡고 도마 위에 무를 똑같이 썰어내던 어머니 모습도 영향을 미쳤다. 정 화백은 "예술가는 광기도 필요해 캔버스를 말고 접어 격자 무늬를 만들었다"고 했다. 1977~1992년 가족을 남겨둔 채 떠난 파리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쳐 격자형 단색조 추상화를 완성했다. 1992년 11월 귀국한 그는 남의 의식하지 않고 작업을 하고 싶어 4년후 여주 산속 화실로 들어간다. 정 화백은 "나 혼자 만의 세계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대화가 없는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화면에 모눈종이처럼 작거나 절편처럼 크거나 문창살 같은 격자무늬를 다양하게 만들어냈다. "한 작가의 역량을 다 보여주려면 큰 작품만 해야 해요. 일반 사람들이 내 작품을 걸어놨는데도 하얀 벽과 구분을 못해 '선생님 작품이 어디 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을 굽히지 않았죠.(초창기 격자 무늬 작품은 '벽지'라는 비판을 받았다)"수행하듯이 물감층을 '덜어내고 메우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그는 무엇을 이루고 싶었을까. 정 화백은 "상하좌우로 색과 밀도의 변화를 통해 심오한 우주와 자연의 규칙과 질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화면에 실핏줄을 만들고 '쿵쾅쿵쾅' 심장 맥박 소리, 철렁철렁한 느낌을 담으려 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죠. 제 작품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그림은 학문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지금도 여전히 화면의 변화를 시도하는 정 화백은 물감을 덜어내고 메우는 작업을 하다가 캔버스에 이마를 대고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최근 딸이 제주시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에 '정상화 미술관'을 지으려고 했으나 그는 만류했다. 정 화백은 "한 작가의 욕심으로 개인 미술관을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 때 마산에서 정상화 선생과 사제지간이었던 90대 시인 김남조 선생이 이번 전시 작품을 찬찬히 본 후 '구도자의 모습이 보이며 울림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 난국에 치유를 주는 전시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6일까지.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깊이 있는 미술·문화재 기사를 신속하게 받아보려면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전지현 기자]정상화 화백정상화, 2019-10-15,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193.9cm. 작가 소장. 사진 이만홍.정상화, 무제 74-F6-B, 1974, 캔버스에 유채, 226×181.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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