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브로커' 송강호 4번째 도전에 쾌거"한국영화 다양성, 역동성 덕분"배우 송강호가 칸의 남자가 됐다. 28일(현지 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브로커’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번쩍 들었다. ‘밀양’(2007) 전도연이 칸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고 15년 만이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 배우 송강호가 한국 최초로 받은 남우주연상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한국배우의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 연기상은 1987년 베니스 ‘씨받이’ 강수연,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김민희까지 네 번째다. 남자 배우는 그가 유일하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도 드물다. 1994년 중국영화 ‘인생’의 갈우, 2000년 홍콩영화 ‘화양연화’의 양조위, 2004년 고레에다 감독의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역대 최연소 수상한 야기라 유야 등에 이어 그가 서구 배우들을 제치고 차지했다. 3년 전 봉준호 감독이 무릎을 꿇고 그에게 ‘기생충’ 황금종려상을 바쳤던 칸에서 그는 또 한 번 한국영화의 역사를 썼다. 25일 한국 취재진 티타임에서 “칸과 너무 어울리는 배우”라고 했던 고레에다 감독의 평가가 현실이 됐다.━박찬욱 "송강호, 기다리니 때가 왔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송강호의 칸영화제 초청은 올해 7번째, 경쟁부문만 4번째였다.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안은 박찬욱 감독이 28일 폐막식 직후 한국 취재진을 만나 송강호에 대해 “기다리니 때가 왔다”고 평할 만했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감독주간에 온 게 시작이다. 2007년 ‘밀양’(경쟁부문),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비경쟁 부문)이 공식 초청받았고, 2009년 ‘박쥐’(경쟁 부문)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9년 ‘기생충’은 경쟁부문 최고상 황금종려상을 거머줬다. 송강호는 2019년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엑설런스 어워드’도 받았다. 독창적이고 뛰어난 재능으로 영화 세계를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한 배우에 헌정하는 상으로 수잔 서랜든, 존 말코비치, 이자벨위페르, 줄리엣 비노쉬, 이선 호크 등 유럽‧할리우드 명배우가 받았던 상이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는 엑설런스 어워드 수상을 “송강호 배우의 역량을 유럽인들이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에 지렛대가 됐다고 봤다.━'기생충' 이어 앙상블 빛난 '브로커'



영화 '브로커'의 주연 강동원(왼쪽부터), 송강호, 이지은, 이주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8일(현지 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고레에다 감독이 각본까지 쓴 ‘브로커’는 부산의 한 교회에 설치된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둘러싸고 불법 입양 브로커(송강호‧강동원), 아기 엄마(이지은), 형사(배두나‧이주영)들이 뒤얽히는 이야기다. ‘기생충’처럼 여러 배우 호흡이 두루 어우러진 작품이다 보니 현지 리뷰에서 배우 개개인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촬영 뒷이야기마다 송강호가 구심점으로 언급됐다. 일본 감독이 처음 한국을 무대로 찍은 한국말 영화다 보니 그가 현장의 맏형 역할을 했다. ‘기생충’ 때 송강호를 “축구경기에서 작은 패스, 동작 하나만으로 경기의 수준을 바꾸는 메시‧호날두 같다”고 빗댄 봉준호 감독은 고레에다 감독과 ‘브로커’ 촬영 전 만나 “무조건 송강호 배우한테 맡기면 괜찮다. 송강호라는 존재는 태양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현장은 밝게 비춰지고 촬영은 잘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실제 그랬다”면서 “송강호가 매 촬영 다음 날 가장 먼저 현장에 나와 전날 촬영분의 편집본을 보고 의견을 줘서 (한국말을 몰라 최종 장면을 고르는 게 불안했던 차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송강호 "배우는 자유롭고 끊임없이 해방돼야"



'브로커'로 칸영화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오른쪽 두번째)가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루벤 오스틀룬드 감독(오른쪽) 등 올해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28일 폐막일 낮 칸영화제 측이 ‘브로커’ 팀에 배우 전원이 남아있느냐고 거듭 확인한 게 알려지면서 ‘브로커’는 출연진이 한꺼번에 수상할 가능성도 예상됐다. 칸에서 한 작품의 여러 배우가 연기상을 받은 사례는 수차례 있었다. 폐막식 후 박찬욱 감독은 “‘브로커’ 연기가 그렇게 좋다면서? 라고 물으니까 ‘아뇨 저는 조연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더니 이렇게, 참”하며 그의 남우주연상을 추켜세웠다. 취재진이 앙상블 연기가 다시 빛난 점을 짚자 송강호는 “꼭 상을 받기 위해 어떤 형태의 연기를 해야 하고 어떤 포지션을 갖춰야 한다는 건 의미 없는 얘기 같다”면서 “배우들은 자유로워야 하고 끊임없이 그런 것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 답했다. 또 배우들이 인정하는 배우인 만큼 올해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배우 뱅상 랭동을 비롯해 레베카 홀, 누미 라파스, 자스민 트린카 등 9명 중 5명이 배우였던 것도 송강호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는 해석이 나온다.━천만영화 4편…가장 한국적 배우의 수상 송강호의 수상은 가장 한국적인 배우의 수상이란 점도 의미 깊다. 그는 연극배우 시절 선배에게 홍상수 감독을 소개받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에 출연하며 스크린 데뷔했다. 대학로에서 그를 눈여겨본 이창동 감독이 데뷔작 ‘초록 물고기’(1997)에 문성근 부하 역을 맡겼고 이를 본 송능한 감독이 ‘넘버3’(1997)의 말 더듬는 건달 역에 캐스팅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26년간 4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의 박찬욱,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의 봉준호, ‘조용한 가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의 김지운, ‘초록 물고기’ ‘밀양’의 이창동 등 한국 대표 감독들과 코미디‧사회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역사의 격류에 휩쓸린 인물로 살아왔다. 송강호는 흥행 배우이기도 하다.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까지 천만 영화만 4편이다.‘택시운전사’ 장훈 감독은 “감독들 머릿속에 어느 정도 연출적 정답이 있지만, (송강호는) 항상 그 이상의 다른 해답을 보여준다. 여러 테이크를 가면 다 다른 OK를 낸다”고 했다. ‘브로커’의 상현 역을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만들어내는 인물상은 선과 악 양쪽이 다 들어있고 장면마다, 대사마다 선과 악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그런 인물”이라며 “단색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인물 묘사가 정말 깊다”고 했다.━칸 남우주연상 "한국영화 다양성과 역동성 덕분"



'브로커'로 한국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 시간) 폐막식 직후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할리우드 작품 제안도 “기본적으로 동양인 배우로서 제한된 캐릭터를 소화하는 형태의 작업에 그렇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며 거절해왔다는 송강호다.‘미나리’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를 비롯한 미국배우조합상 4관왕 등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반열에 서게 된 최근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철칙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브로커’는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외국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로 수상한 첫 사례가 됐다.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 송강호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예의주시하고 박수쳐주고 또 성원을 보내주는 여러분이 계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한국 콘텐트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수상 의미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