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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대위기④] 하반기 역시 최악...“기댈 곳 정부 지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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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설성 조회713회 댓글0건 작성일22-06-12 07:0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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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에 식품기업 수익 하락 현실화정부, 돼지고기·밀가루 등 14대 품목 관세율 0% 적용식품·외식업계, 실질적 효과 ‘미미’…“가격 상승 요인 복잡”전문가,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전쟁·가뭄 등 불안요소 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정부가 식용유와 돼지고기 같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핵심 원재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관세를 적용키로 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 가운데, 관련 업계와 소비자 모두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식품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 조치로 원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지금도 무관세 적용 품목들이 많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의 민생안정 대책에 따르면 대두유(콩기름), 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돼지고기의 할당 관세는 연말까지 0%로 내린다. 정부는 6월 중 시행을 목표로 할당관세에 관한 규정과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546억원을 투입해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식료품비 인하를 목적으로 김치, 고추장, 젓갈류 등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10%도 2023년까지 면제한다.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된 현 시점에서 경제 상황은 여전히 엄중한 상태다. 저성장·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는 물론 큰 폭의 물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최근 정부가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축을 전환하고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한 이유다.정부 지원안으로 인해 제분업체들은 하반기 일정 부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코로나19, 물류대란 등을 이유로 거래처별로 B2B용과 가정용 밀가루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다만 라면업계는 여전히 원가 부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기업은 미국산과 호주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미리 확보해둔 재고로 원가 압박을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물류비가 크게 오른 데다, 전반적으로 물가상승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라면 가격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대표적으로 밀 ,팜유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 외는 물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광고선전비(판촉비) 증가 등이 있기 때문에 한쪽만 막아서는 가격 인상을 잠재우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라면 업계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하고도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를 억누른다고 해서 가격 인하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일례로 김치의 경우 기존 포장김치 중 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형태의 묶음 포장 제품은 원래 면세 제품에 해당된다. 병, 캔, PET, 파우치 제품만 이번 혜택에 포함이 되는데, 이 제품들은 업계 전체 판매되는 포장김치의 30% 미만에 불과하다.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10% 면제 만으로 가격 인하까지 기대하긴 어렵지만,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인상 억제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가공식품은 해당 식품을 제조하는 원물과 포장재, 공장 가동 비용, 물류, 인건비 등이 원가를 구성하는데, 현재는 원물의 가격 변동이 가격 인상을 일으키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라며 “안정세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추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어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추가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한시적인 부가가치세 면제 보다는 법인세 인하라든지, 규제 완화를 통한 비용 절감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명동의 음식점 메뉴 입간판 모습.ⓒ뉴시스외식업계 역시 원재료 값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근 ‘물가 부처책임제’ 등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격 인상의 터널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 상황이다.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비, 환율 상승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 등 온갖 악재들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밀·감자 등 주요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저마다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수급이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외식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재료 값 상승이 가장 큰 문제지만 코로나 전 만큼의 고객이 크게 늘거나, 심야시간까지 즐기는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며 “기존 배달, 포장 등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소진 인력, 포장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아무리 정부에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국내외 여러 안 좋은 상황으로 한동안 식자재 값 안정세는 기대하기 어려워 대부분 가격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물가 안정을 1순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묘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정권 초반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될 경우, 민심 이탈이 심각해질 수 있어 윤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물가 폭풍’이 아직 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 농산물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생활 물가 전반을 자극하는 충격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가뭄 등과 같은 곳곳의 불안요소가 곳곳에 깔려있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이들은 올 하반기 이후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된다고 하면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어지면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하반기에도 물가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했다.이어 “법인세 인하라든지 규제 완화 등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에 더해 생산 물가 문제가 문제가 크니, 유통 과정에서의 출혈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끝>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정부가 식용유와 돼지고기 같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핵심 원재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관세를 적용키로 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 가운데, 관련 업계와 소비자 모두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식품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 조치로 원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지금도 무관세 적용 품목들이 많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의 민생안정 대책에 따르면 대두유(콩기름), 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돼지고기의 할당 관세는 연말까지 0%로 내린다. 정부는 6월 중 시행을 목표로 할당관세에 관한 규정과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546억원을 투입해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식료품비 인하를 목적으로 김치, 고추장, 젓갈류 등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10%도 2023년까지 면제한다.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된 현 시점에서 경제 상황은 여전히 엄중한 상태다. 저성장·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는 물론 큰 폭의 물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최근 정부가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축을 전환하고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한 이유다.정부 지원안으로 인해 제분업체들은 하반기 일정 부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코로나19, 물류대란 등을 이유로 거래처별로 B2B용과 가정용 밀가루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다만 라면업계는 여전히 원가 부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기업은 미국산과 호주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미리 확보해둔 재고로 원가 압박을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물류비가 크게 오른 데다, 전반적으로 물가상승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라면 가격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대표적으로 밀 ,팜유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 외는 물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광고선전비(판촉비) 증가 등이 있기 때문에 한쪽만 막아서는 가격 인상을 잠재우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라면 업계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하고도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를 억누른다고 해서 가격 인하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일례로 김치의 경우 기존 포장김치 중 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형태의 묶음 포장 제품은 원래 면세 제품에 해당된다. 병, 캔, PET, 파우치 제품만 이번 혜택에 포함이 되는데, 이 제품들은 업계 전체 판매되는 포장김치의 30% 미만에 불과하다.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10% 면제 만으로 가격 인하까지 기대하긴 어렵지만,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인상 억제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가공식품은 해당 식품을 제조하는 원물과 포장재, 공장 가동 비용, 물류, 인건비 등이 원가를 구성하는데, 현재는 원물의 가격 변동이 가격 인상을 일으키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라며 “안정세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추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어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추가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한시적인 부가가치세 면제 보다는 법인세 인하라든지, 규제 완화를 통한 비용 절감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명동의 음식점 메뉴 입간판 모습.ⓒ뉴시스외식업계 역시 원재료 값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근 ‘물가 부처책임제’ 등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격 인상의 터널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 상황이다.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비, 환율 상승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 등 온갖 악재들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밀·감자 등 주요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저마다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수급이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외식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재료 값 상승이 가장 큰 문제지만 코로나 전 만큼의 고객이 크게 늘거나, 심야시간까지 즐기는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며 “기존 배달, 포장 등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소진 인력, 포장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아무리 정부에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국내외 여러 안 좋은 상황으로 한동안 식자재 값 안정세는 기대하기 어려워 대부분 가격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물가 안정을 1순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묘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정권 초반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될 경우, 민심 이탈이 심각해질 수 있어 윤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물가 폭풍’이 아직 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 농산물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생활 물가 전반을 자극하는 충격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가뭄 등과 같은 곳곳의 불안요소가 곳곳에 깔려있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이들은 올 하반기 이후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된다고 하면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어지면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하반기에도 물가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했다.이어 “법인세 인하라든지 규제 완화 등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에 더해 생산 물가 문제가 문제가 크니, 유통 과정에서의 출혈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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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등촌동 '저-집' 김치찌개.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김치찌개를 자주 먹게 된 건 근대의 일이다. 한반도는 물산이 풍부한 땅이 아니었다. 김장 김치가 오래돼 도저히 처치 곤란한 지경이 이르렀을 초여름쯤 겨우 김치찌개를 끓여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추론을 하는 근거는 우리 집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집에는 김치 특유의 삭은 내가 가득했다. 그래도 “또 김치찌개야?”라는 불평은 없었다. 우리 집 세 남자는 반찬 투정 하는 법이 없었다. 어묵, 돼지고기, 소고기, 제사 지내고 남은 전 등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모두 들어간 김치찌개는 언제든 좋았다. 한 냄비 가득 끓인 김치찌개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바닥이 보일 때까지 퍼먹었다. 다른 반찬 하나 없이 김치찌개로 족했다.한반도 어디를 가든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드물다. 그 드문 확률을 뚫은 집 중 하나는 서울 종로구 경운동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이다. 점심 나절 인사동길 언저리, 골목길을 따라 흘러드는 시큼한 냄새를 쫓다 보면 간판도 보이지 않는 이 집이 나온다. 어묵을 잔뜩 넣고 멸치 육수로 맛을 낸 이 집 김치찌개는 서울에서 흔한 종류가 아니다.메뉴는 김치찌개 단 한 종류. 라면과 칼국수를 사리로 추가할 수 있다. 국물이 끓어오르니 주변 모두가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모두 고개를 아래로 박았다. 말소리는 사라지고 보글보글, 쩝쩝 같은 의성어만 남았다. 국물은 시원하고 칼칼한 기운이 끝을 찔렀다. 국물을 먹을 때마다 혀 위 미뢰를 쪼개고 식도를 가르는 호쾌한 맛이 났다. 사리를 더하고 밥공기를 비운 끝에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드문 포만감에 큰 숨을 들이쉬었다.자리를 강남으로 옮기면 고깃집에서 먹는 김치찌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청담동 ‘현대정육식당’이다. 이 집은 소고기 차돌박이도 팔지만 100이면 90의 확률로 모든 이가 삼겹살을 굽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치찌개에 달걀말이를 시켜놓고는 주거니 받거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차림새를 보면 파절이, 콩나물, 고사리나물, 무생채 등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흔하다고 다 같은 맛은 아니다. 과녁의 정중앙에 화살이 꽂히듯 음식의 간은 정확했고, 어딘가 모자라거나 빠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붉은색이 선명한 김치찌개는 돼지고기에서 우러난 고소한 기름기가 한 꺼풀, 그 밑으로 김치의 신맛이 또 한 꺼풀, 그리고 저 밑바닥에는 고춧가루와 젓갈 등이 뜨거운 가스불에서 뒤섞여 만들어낸 ‘한국+밤거리+알파’의 맛이 펼쳐졌다.강남을 떠나 한강을 따라 강서구청 인근 주택가 골목에 가면 일부러 찾기도 힘든 집이 하나 나온다. 김치 저(菹)자를 따서 ‘저-집’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 역시 간판이 없다. 간판 대신 훤히 뚫린 통창을 걸고 어깨가 딱 벌어진 주인장 홀로 가게를 봤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바 카운터 좌석은 종갓집 마루처럼 먼지 하나 없었다. 메뉴는 어린이용 간장계란밥을 제한다면 커다란 솥 하나에 끓여내는 김치찌개 딱 하나다.주문을 넣으니 주인장은 먼저 후식으로 나올 오렌지를 썰었다. 여기에 솥에서 퍼 담은 김치찌개, 매실액에 담근 깻잎 장아찌, 하얀 쌀밥의 단출한 구성이었다. 뭉근히 끓인 김치찌개는 여러 맛이 쌓이고 쌓여 높다란 지층을 이룬 것 같았다. 맛의 얼개는 상투적인 짠맛과 신맛을 벗어나 국물 자체의 무게감에 초점을 맞췄다. 뻑뻑한 국물에 밥을 비볐다. 김치찌개에 밥 대신 라면을 넣을 수도 있다.그릇을 비우고 난 뒤 오렌지로 말끔하게 입가심을 했다. 김치찌개를 먹을 때 흔히 겪는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경험은 없었다. 대신 초점 잘 맞은 사진을 보듯 김치찌개의 맛만 선명하게 남았다. 오래전부터, 매일 한결같았던 그 맛이 흐릿한 구석 없이 말끔하게 펼쳐졌다. 그 맛이 시작됐던 그때의 기억도 덩달아 밀려왔다. 아버지의 커다란 밥공기, 늘 뒤늦게 밥숟가락을 떴던 어머니, 나와 경쟁하듯 숟가락질을 하던 동생, 김치찌개 하나로도 배부른 나날이었다. 가족과 함께였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이었다.#간판없는 김치찌개집: 김치찌개 7000원(2인분 이상).#현대정육식당: 삼겹살 1만4000원(180g), 김치찌개 8000원.#저-집: 김치찌개 9000원, 어린이 간장계란밥 3000원.
서울 강서구 등촌동 '저-집' 김치찌개.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김치찌개를 자주 먹게 된 건 근대의 일이다. 한반도는 물산이 풍부한 땅이 아니었다. 김장 김치가 오래돼 도저히 처치 곤란한 지경이 이르렀을 초여름쯤 겨우 김치찌개를 끓여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추론을 하는 근거는 우리 집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집에는 김치 특유의 삭은 내가 가득했다. 그래도 “또 김치찌개야?”라는 불평은 없었다. 우리 집 세 남자는 반찬 투정 하는 법이 없었다. 어묵, 돼지고기, 소고기, 제사 지내고 남은 전 등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모두 들어간 김치찌개는 언제든 좋았다. 한 냄비 가득 끓인 김치찌개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바닥이 보일 때까지 퍼먹었다. 다른 반찬 하나 없이 김치찌개로 족했다.한반도 어디를 가든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드물다. 그 드문 확률을 뚫은 집 중 하나는 서울 종로구 경운동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이다. 점심 나절 인사동길 언저리, 골목길을 따라 흘러드는 시큼한 냄새를 쫓다 보면 간판도 보이지 않는 이 집이 나온다. 어묵을 잔뜩 넣고 멸치 육수로 맛을 낸 이 집 김치찌개는 서울에서 흔한 종류가 아니다.메뉴는 김치찌개 단 한 종류. 라면과 칼국수를 사리로 추가할 수 있다. 국물이 끓어오르니 주변 모두가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모두 고개를 아래로 박았다. 말소리는 사라지고 보글보글, 쩝쩝 같은 의성어만 남았다. 국물은 시원하고 칼칼한 기운이 끝을 찔렀다. 국물을 먹을 때마다 혀 위 미뢰를 쪼개고 식도를 가르는 호쾌한 맛이 났다. 사리를 더하고 밥공기를 비운 끝에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드문 포만감에 큰 숨을 들이쉬었다.자리를 강남으로 옮기면 고깃집에서 먹는 김치찌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청담동 ‘현대정육식당’이다. 이 집은 소고기 차돌박이도 팔지만 100이면 90의 확률로 모든 이가 삼겹살을 굽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치찌개에 달걀말이를 시켜놓고는 주거니 받거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차림새를 보면 파절이, 콩나물, 고사리나물, 무생채 등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흔하다고 다 같은 맛은 아니다. 과녁의 정중앙에 화살이 꽂히듯 음식의 간은 정확했고, 어딘가 모자라거나 빠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붉은색이 선명한 김치찌개는 돼지고기에서 우러난 고소한 기름기가 한 꺼풀, 그 밑으로 김치의 신맛이 또 한 꺼풀, 그리고 저 밑바닥에는 고춧가루와 젓갈 등이 뜨거운 가스불에서 뒤섞여 만들어낸 ‘한국+밤거리+알파’의 맛이 펼쳐졌다.강남을 떠나 한강을 따라 강서구청 인근 주택가 골목에 가면 일부러 찾기도 힘든 집이 하나 나온다. 김치 저(菹)자를 따서 ‘저-집’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 역시 간판이 없다. 간판 대신 훤히 뚫린 통창을 걸고 어깨가 딱 벌어진 주인장 홀로 가게를 봤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바 카운터 좌석은 종갓집 마루처럼 먼지 하나 없었다. 메뉴는 어린이용 간장계란밥을 제한다면 커다란 솥 하나에 끓여내는 김치찌개 딱 하나다.주문을 넣으니 주인장은 먼저 후식으로 나올 오렌지를 썰었다. 여기에 솥에서 퍼 담은 김치찌개, 매실액에 담근 깻잎 장아찌, 하얀 쌀밥의 단출한 구성이었다. 뭉근히 끓인 김치찌개는 여러 맛이 쌓이고 쌓여 높다란 지층을 이룬 것 같았다. 맛의 얼개는 상투적인 짠맛과 신맛을 벗어나 국물 자체의 무게감에 초점을 맞췄다. 뻑뻑한 국물에 밥을 비볐다. 김치찌개에 밥 대신 라면을 넣을 수도 있다.그릇을 비우고 난 뒤 오렌지로 말끔하게 입가심을 했다. 김치찌개를 먹을 때 흔히 겪는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경험은 없었다. 대신 초점 잘 맞은 사진을 보듯 김치찌개의 맛만 선명하게 남았다. 오래전부터, 매일 한결같았던 그 맛이 흐릿한 구석 없이 말끔하게 펼쳐졌다. 그 맛이 시작됐던 그때의 기억도 덩달아 밀려왔다. 아버지의 커다란 밥공기, 늘 뒤늦게 밥숟가락을 떴던 어머니, 나와 경쟁하듯 숟가락질을 하던 동생, 김치찌개 하나로도 배부른 나날이었다. 가족과 함께였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이었다.#간판없는 김치찌개집: 김치찌개 7000원(2인분 이상).#현대정육식당: 삼겹살 1만4000원(180g), 김치찌개 8000원.#저-집: 김치찌개 9000원, 어린이 간장계란밥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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