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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한식은 지금 ‘골든 타임’… 내게 미쉐린 ★ 숫자는 부산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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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설성 조회749회 댓글0건 작성일22-06-19 03:0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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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미쉐린 3스타美 ‘베누’ 오너셰프 코리 리
서울 역삼동 ‘무슈벤자민’에서 만난 코리 리 셰프는 “주방은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면 위로 올라가는, 순수 스포츠와 같은 가치에 기반한 공정한 세계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미쉐린 3스타는 독이 든 성배(聖杯)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전 세계 100여 곳에 불과하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영예. 따기도 어렵지만 유지는 더욱 힘들다. 프랑스 천재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는 지난 2003년 2월 자살했다. 자신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최고 등급인 별 3개에서 2개로 강등되리란 소문에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프랑스 요리사 세바스티앵 브라는 “18년간 3스타를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자신의 레스토랑을 미쉐린가이드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미국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 ‘베누(Benu)’ 오너셰프 코리 리(한국명 이동민·45)는 지난 2014년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한국인 요리사로서도 최초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3스타 식당이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8년째 3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리 셰프를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무슈벤자민’에서 만났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는 같은 이름의 비스트로(bistro·프랑스식 선술집) 서울 지점으로 지난해 문 열었다. 리 셰프는 “대단한 영광이지만, 미쉐린 스타 획득이나 유지를 목표로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3스타는 부산물일 뿐 목표 아니다-실력 있고 야심 있는 요리사라면 누구나 미쉐린 3스타를 목표로 하지 않나.“미쉐린 측에서 3스타를 받았다고 통보받았을 때 초현실적이라고 느꼈을 만큼 놀라웠고 기뻤다. 3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예약이 급증하는 등 사업적으로도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 하지만 미쉐린 스타만을 목표로 식당을 운영한다면 공허하지 않을까. 사실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레스토랑 중에서도 베누는 운영하기 힘든 곳이다. 3스타는 베누를 최고로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딸려오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베누는 왜 그렇게 운영이 힘든가.“우리는 손님이 예약하면 마지막 식사한 메뉴를 확인해 맛보지 못한 음식을 내는 걸 원칙으로 한다. 베누에는 350달러짜리 15코스 메뉴 하나만 있는데, 적어도 80% 이상 새 메뉴로 바꿔서 낸다. 우리는 단골이 많다. 2010년 문 연 이래 100번 이상 식사한 분도 있다. 한 달에 4번 방문한 홍콩 부부도 있다. 얼마나 많은 새 메뉴를 개발해야 할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 하루 절반 이상을 메뉴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 매주 많게는 15개까지 새 요리를 개발하고 기존 메뉴를 업그레이드한다.”
‘베누’의 당면과 채소로 채운 홍합./베누-베누 주방은 일이 고되기로 악명 높다.“총주방장인 나와 수석 부주방장 등 관리직급은 하루 평균 14시간 일한다. 나머지 평 조리사들은 12시간쯤 일한다.”-요즘 한국에서 그렇게 일 시켰다간 다 그만둔다.“사실 우리 요리사들은 더 일하고 싶어 한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오려고 해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말릴 정도다(웃음). 12시간 아니라 15시간이라도 해도 기꺼이 일할 거다. 요리사들의 지원서가 전 세계에서 쏟아진다. 현재 우리 주방에는 한국, 싱가포르, 일본, 이탈리아, 영국, 노르웨이, 미국 출신 요리사 25명이 일한다.”-실력 있는 요리사들이 왜 베누 주방에서 일하고 싶어 할까.“외식업계 최정점인 파인다이닝 분야는 좁고 소문이 빠르다. 우리 주방은 힘들지만, 배울 수 있다는 걸 전 세계 파인다이닝계 젊은 셰프들은 안다. 최고가 되고 싶은 요리사들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오히려 원한다. 미칠 듯이 일하면서 최대치의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들 나이 때는 일에 미쳐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베누 요리사로 선발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긍정적인 태도와 올바른 직업 정신. 유럽에는 나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요리사가 많다. 하지만 주방은 팀워크다. 잘하는 요리사는 자신보다 못한 요리사를 도와야 하고, 뒤떨어지는 요리사는 스스로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다시 돌아가도 대학 안 가고 요리 택할 것한국에서 태어난 코리 리는 네 살 때 아버지가 미국으로 근무 발령이 나면서 뉴욕으로 갔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뉴욕에 있는 일식당 ‘블루리본 스시’에서 웨이터로 아르바이트하다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요리사가 얼마나 육체적으로 고단하면서 동시에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을 요구하는 직업인지 보게 됐고, 강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블루리본이 고급 스시집이긴 하지만, 창조적인 레스토랑은 아니지 않나.“처음부터 너무 최정상급 레스토랑 주방이었다면 감당 못 했을 거다. 주방은 오로지 가치(merit)에 기반한 공정한 세계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배우고 성장하면 위로 올라가고, 아니면 도태되는. 순수 스포츠와 같은 환경이 좋았다.”-어려서 요리사를 꿈꾼 적 있나.“전혀. 먹는 걸 좋아했고 입맛이 까다로웠을 뿐이다.”-’돈은 안 받아도 괜찮으니 쉬는 날 식당에 나와 주방 보조로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다던데.“뭘 하건 몰입해야 직성이 풀린다(웃음).”-요리에 빠져 대학을 포기했다. 후회는 없나.“20대에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놓친 건 아닌가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어머니는 상심했지만 아버지는 지지했다고.“아버지는 평생 전통적 출세 코스를 밟아온 분이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은퇴하게 되고, 가정이 흔들리는 주변 분들을 보면서 ‘이런 방식대로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뉴욕과 파리, 런던의 최고 레스토랑을 거치며 단련된 그의 요리 기술은 “섬뜩할 정도로 완벽하다”는 명성을 얻었다. 2001년 미국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는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에 스카우트됐고, 수석요리사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요리사라면 누구나 탐낼 그 자리에서 2009년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나만의 음식을 창조하고 싶었다. 내 식당을 차려야 했다”고 말했다. 2010년 베누를 열었다. 베누는 이집트어로 불사조(phoenix)란 뜻이다. 스스로를 불태워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아시아 식문화를 불살라 새롭게 창조한 음식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사로잡았다.-베누를 모르는 한국인이 여전히 많다.“한식의 재료와 조리법 등 다양한 요소에서 영감을 얻고 활용했지만, 베누를 한식당이라고 여길 한국인은 드물 듯하다. 한식당으로만 보여지고 싶지도 않았다. 한식 고유의 맛과 재료로 세계적 수준의 음식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3스타를 받은 이후로는 한식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음식과 식문화를 보다 폭넓게 받아들이고 재해석한 음식을 창작하고 있다. 아시아 요리사들은 출신 국가별로 창의성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깨고 싶다.”한식, 미국에서 골든 타임 맞았다-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한 한식당 ‘산호원(San Ho Won)’은 음식이나 외관이 전형적인 ‘교포 식당’이라 오히려 화제다.“잡채, 달걀말이, 멸치볶음 등 기존 한식의 맛·모양·담음새는 그대로 두되, 최고의 맛을 구현하고자 했다.”-갈비, 불고기 등 ‘코리안 바비큐’를 굽는, 미국인에게 한식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테이블 불판은 뺐다.“숯은 갈비, 불고기의 핵심 재료다. 하지만 미국 한식당에선 가스 불을 사용한다. 미국의 식당 내 테이블에서 숯불을 피우는 건 거의 불법이다. 숯에 구운 고기와 가스 불에 구운 고기는 맛이 천지 차이다. 최고의 코리안 바비큐 맛을 내기 위해 주방에서 숯불로 굽기로 했다. 1980~2000년대에는 불판이 미국인에게 신기한 볼거리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국인들도 색다른 경험보다 맛을 선호하리라 판단했다. 한국에서도 식탁에서 불판에 굽는 건 비교적 최근, 그러니까 1980년대부터 유행했다고 알고 있다. 할머니 고향인 충남 예산에 있는 오래된 갈비집에 간 적 있는데, 그 집도 주방에서 고기를 구워서 내더라.”
‘무슈벤자민’의 한우 타르타르./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한식이 미국에서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뜻인가. 과거 “한식은 미국인에게 배워야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acquired taste)”이라고 했는데.“전보다 훨씬 덜 낯설지만 여전히 배워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한식이다. 예를 들면, 많은 미국인이 김치를 샐러드처럼 먹지만, 그렇게 먹기엔 너무 자극적이다. 김치는 맨밥과 먹어야 맛있다. 다른 반찬들도 밥과 먹기 위해 일부러 세게 간하지만, 이를 모르고 반찬만 먹으면 제 맛을 즐길 수 없다. 한식은 먹는 방법이나 순서를 모르면 오히려 부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는 어려운 음식이다. 이에 비해 일식이나 중식은 훨씬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한식처럼 실수할 확률이 현저히 낮다.”-가장 좋아하는 한식 하나만 꼽으라면.“간장게장이다. 장기 보존이라는 필요에 따라 간장에 절이는 숙성이란 과정을 도입했지만, 이것이 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미식의 과정으로 승화됐다. 나는 이게 한식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라고 본다. 오랜 시간에 걸친 숙성과 발효, 간장이라는 단순한 재료만을 사용하면서도 깊은 감칠맛과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식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점이 너무나 아름답다. 산호원에서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소프트 셸 크랩(soft shell crab)으로 간장게장을 담그고 있다.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드러운 껍질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게로, 한국 간장게장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맛을 즐길 수 있다.”-한류가 미국에서 인기다. 한국 요리사들의 미국 진출을 권하나.“한식이 골든 타임을 맞았다. 한식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반짝 인기를 얻었다 사라지는 ‘유행 식당’을 열려 하지 말고, 지속 가능하면서 한식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식당을 열었으면 한다.”
서울 역삼동 ‘무슈벤자민’에서 만난 코리 리 셰프는 “주방은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면 위로 올라가는, 순수 스포츠와 같은 가치에 기반한 공정한 세계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미쉐린 3스타는 독이 든 성배(聖杯)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전 세계 100여 곳에 불과하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영예. 따기도 어렵지만 유지는 더욱 힘들다. 프랑스 천재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는 지난 2003년 2월 자살했다. 자신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최고 등급인 별 3개에서 2개로 강등되리란 소문에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프랑스 요리사 세바스티앵 브라는 “18년간 3스타를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자신의 레스토랑을 미쉐린가이드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미국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 ‘베누(Benu)’ 오너셰프 코리 리(한국명 이동민·45)는 지난 2014년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한국인 요리사로서도 최초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3스타 식당이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8년째 3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리 셰프를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무슈벤자민’에서 만났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는 같은 이름의 비스트로(bistro·프랑스식 선술집) 서울 지점으로 지난해 문 열었다. 리 셰프는 “대단한 영광이지만, 미쉐린 스타 획득이나 유지를 목표로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3스타는 부산물일 뿐 목표 아니다-실력 있고 야심 있는 요리사라면 누구나 미쉐린 3스타를 목표로 하지 않나.“미쉐린 측에서 3스타를 받았다고 통보받았을 때 초현실적이라고 느꼈을 만큼 놀라웠고 기뻤다. 3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예약이 급증하는 등 사업적으로도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 하지만 미쉐린 스타만을 목표로 식당을 운영한다면 공허하지 않을까. 사실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레스토랑 중에서도 베누는 운영하기 힘든 곳이다. 3스타는 베누를 최고로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딸려오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베누는 왜 그렇게 운영이 힘든가.“우리는 손님이 예약하면 마지막 식사한 메뉴를 확인해 맛보지 못한 음식을 내는 걸 원칙으로 한다. 베누에는 350달러짜리 15코스 메뉴 하나만 있는데, 적어도 80% 이상 새 메뉴로 바꿔서 낸다. 우리는 단골이 많다. 2010년 문 연 이래 100번 이상 식사한 분도 있다. 한 달에 4번 방문한 홍콩 부부도 있다. 얼마나 많은 새 메뉴를 개발해야 할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 하루 절반 이상을 메뉴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 매주 많게는 15개까지 새 요리를 개발하고 기존 메뉴를 업그레이드한다.”
‘베누’의 당면과 채소로 채운 홍합./베누-베누 주방은 일이 고되기로 악명 높다.“총주방장인 나와 수석 부주방장 등 관리직급은 하루 평균 14시간 일한다. 나머지 평 조리사들은 12시간쯤 일한다.”-요즘 한국에서 그렇게 일 시켰다간 다 그만둔다.“사실 우리 요리사들은 더 일하고 싶어 한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오려고 해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말릴 정도다(웃음). 12시간 아니라 15시간이라도 해도 기꺼이 일할 거다. 요리사들의 지원서가 전 세계에서 쏟아진다. 현재 우리 주방에는 한국, 싱가포르, 일본, 이탈리아, 영국, 노르웨이, 미국 출신 요리사 25명이 일한다.”-실력 있는 요리사들이 왜 베누 주방에서 일하고 싶어 할까.“외식업계 최정점인 파인다이닝 분야는 좁고 소문이 빠르다. 우리 주방은 힘들지만, 배울 수 있다는 걸 전 세계 파인다이닝계 젊은 셰프들은 안다. 최고가 되고 싶은 요리사들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오히려 원한다. 미칠 듯이 일하면서 최대치의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들 나이 때는 일에 미쳐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베누 요리사로 선발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긍정적인 태도와 올바른 직업 정신. 유럽에는 나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요리사가 많다. 하지만 주방은 팀워크다. 잘하는 요리사는 자신보다 못한 요리사를 도와야 하고, 뒤떨어지는 요리사는 스스로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다시 돌아가도 대학 안 가고 요리 택할 것한국에서 태어난 코리 리는 네 살 때 아버지가 미국으로 근무 발령이 나면서 뉴욕으로 갔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뉴욕에 있는 일식당 ‘블루리본 스시’에서 웨이터로 아르바이트하다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요리사가 얼마나 육체적으로 고단하면서 동시에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을 요구하는 직업인지 보게 됐고, 강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블루리본이 고급 스시집이긴 하지만, 창조적인 레스토랑은 아니지 않나.“처음부터 너무 최정상급 레스토랑 주방이었다면 감당 못 했을 거다. 주방은 오로지 가치(merit)에 기반한 공정한 세계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배우고 성장하면 위로 올라가고, 아니면 도태되는. 순수 스포츠와 같은 환경이 좋았다.”-어려서 요리사를 꿈꾼 적 있나.“전혀. 먹는 걸 좋아했고 입맛이 까다로웠을 뿐이다.”-’돈은 안 받아도 괜찮으니 쉬는 날 식당에 나와 주방 보조로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다던데.“뭘 하건 몰입해야 직성이 풀린다(웃음).”-요리에 빠져 대학을 포기했다. 후회는 없나.“20대에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놓친 건 아닌가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어머니는 상심했지만 아버지는 지지했다고.“아버지는 평생 전통적 출세 코스를 밟아온 분이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은퇴하게 되고, 가정이 흔들리는 주변 분들을 보면서 ‘이런 방식대로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뉴욕과 파리, 런던의 최고 레스토랑을 거치며 단련된 그의 요리 기술은 “섬뜩할 정도로 완벽하다”는 명성을 얻었다. 2001년 미국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는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에 스카우트됐고, 수석요리사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요리사라면 누구나 탐낼 그 자리에서 2009년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나만의 음식을 창조하고 싶었다. 내 식당을 차려야 했다”고 말했다. 2010년 베누를 열었다. 베누는 이집트어로 불사조(phoenix)란 뜻이다. 스스로를 불태워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아시아 식문화를 불살라 새롭게 창조한 음식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사로잡았다.-베누를 모르는 한국인이 여전히 많다.“한식의 재료와 조리법 등 다양한 요소에서 영감을 얻고 활용했지만, 베누를 한식당이라고 여길 한국인은 드물 듯하다. 한식당으로만 보여지고 싶지도 않았다. 한식 고유의 맛과 재료로 세계적 수준의 음식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3스타를 받은 이후로는 한식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음식과 식문화를 보다 폭넓게 받아들이고 재해석한 음식을 창작하고 있다. 아시아 요리사들은 출신 국가별로 창의성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깨고 싶다.”한식, 미국에서 골든 타임 맞았다-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한 한식당 ‘산호원(San Ho Won)’은 음식이나 외관이 전형적인 ‘교포 식당’이라 오히려 화제다.“잡채, 달걀말이, 멸치볶음 등 기존 한식의 맛·모양·담음새는 그대로 두되, 최고의 맛을 구현하고자 했다.”-갈비, 불고기 등 ‘코리안 바비큐’를 굽는, 미국인에게 한식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테이블 불판은 뺐다.“숯은 갈비, 불고기의 핵심 재료다. 하지만 미국 한식당에선 가스 불을 사용한다. 미국의 식당 내 테이블에서 숯불을 피우는 건 거의 불법이다. 숯에 구운 고기와 가스 불에 구운 고기는 맛이 천지 차이다. 최고의 코리안 바비큐 맛을 내기 위해 주방에서 숯불로 굽기로 했다. 1980~2000년대에는 불판이 미국인에게 신기한 볼거리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국인들도 색다른 경험보다 맛을 선호하리라 판단했다. 한국에서도 식탁에서 불판에 굽는 건 비교적 최근, 그러니까 1980년대부터 유행했다고 알고 있다. 할머니 고향인 충남 예산에 있는 오래된 갈비집에 간 적 있는데, 그 집도 주방에서 고기를 구워서 내더라.”
‘무슈벤자민’의 한우 타르타르./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한식이 미국에서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뜻인가. 과거 “한식은 미국인에게 배워야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acquired taste)”이라고 했는데.“전보다 훨씬 덜 낯설지만 여전히 배워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한식이다. 예를 들면, 많은 미국인이 김치를 샐러드처럼 먹지만, 그렇게 먹기엔 너무 자극적이다. 김치는 맨밥과 먹어야 맛있다. 다른 반찬들도 밥과 먹기 위해 일부러 세게 간하지만, 이를 모르고 반찬만 먹으면 제 맛을 즐길 수 없다. 한식은 먹는 방법이나 순서를 모르면 오히려 부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는 어려운 음식이다. 이에 비해 일식이나 중식은 훨씬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한식처럼 실수할 확률이 현저히 낮다.”-가장 좋아하는 한식 하나만 꼽으라면.“간장게장이다. 장기 보존이라는 필요에 따라 간장에 절이는 숙성이란 과정을 도입했지만, 이것이 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미식의 과정으로 승화됐다. 나는 이게 한식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라고 본다. 오랜 시간에 걸친 숙성과 발효, 간장이라는 단순한 재료만을 사용하면서도 깊은 감칠맛과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식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점이 너무나 아름답다. 산호원에서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소프트 셸 크랩(soft shell crab)으로 간장게장을 담그고 있다.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드러운 껍질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게로, 한국 간장게장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맛을 즐길 수 있다.”-한류가 미국에서 인기다. 한국 요리사들의 미국 진출을 권하나.“한식이 골든 타임을 맞았다. 한식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반짝 인기를 얻었다 사라지는 ‘유행 식당’을 열려 하지 말고, 지속 가능하면서 한식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식당을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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