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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의원이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제가 많은 개정안이다. 나는 주저 없이 이 개정안을 ‘누더기’라고 부른다. 그럼 어떻게 기워서 그나마 쓸 만하게 만들 것인가? 먼저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출범하던 때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12월 28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김원길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처 없이태광 주식
표류하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교통정리 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화 통화에서 김대중 당선인은 “재경위 소위의 법안은 관치금융·정경유착을 청산하자는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를 지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재경위(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신인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소위원회) 안이투자상담
란 신설 금융감독기구인 금감위를 재정경제원 산하에 두되, 관치금융 시비를 피하고자 금감위 내부에 모피아로 구성된 사무국을 설치하는 부분은 삭제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당선인이 이 소위 안에 대해 “금감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에 어긋난다며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다음 날 개최된 국회 재경황금성릴
위 전체회의는 사무국 조직의 삭제는 계속 유지하면서(다만 예산, 회계 및 의사 관리 기능을 위한 10명 이내의 인력은 허용), 그 소속은 재정경제원이 아니라 국무총리실로 되돌리는 재경위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재경위 수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초로 모피아의 간섭에서 벗어난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출범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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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개입으로 이뤄진 금융감독기구 독립



돌이켜 보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금융감독은 관료가 해야 한다는 통념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발상의 전환만이 놀라운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오공 주식
은 엄청난 이권의 각축장이자 정치권의 탐욕 대상이었다. 대통령선거가 있을 때마다 소위 ‘금융권의 황제’들이 은밀하게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해 유력 후보에게 전달해 주고 일신의 영화를 보장받기도 했다. 그게 정경유착이고, 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수단이 관치금융이었다. 김대중 당선인은 이걸 끊어낸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IMF와 대한민국 정부가 12월 3일에 합의한 스탠바이 합의서였다. 이 스탠바이 합의서의 제23단락 두 번째 문장을 보면 새로 설치하는 통합 금융감독기구에 “운영상의 독립성(operational independence)과 충분한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외부 간섭(outside interference)으로부터 자유스럽도록 만든다”고 돼 있다.

김대중 당선인은 자칫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미흡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IMF 합의 위반’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결국 건국 이래 최초의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구는 우리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외부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금융감독 권한을 손에 쥐고 금융권을 쥐락펴락하던 모피아는 그 꿀물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IMF의 그립이 약화하면서 모피아는 ‘영원한 철수’가 아닌 ‘호시탐탐 복귀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애초 19명으로 출발했던 관료의 숫자는 어느덧 250여명으로 폭증했다. 그리고 이들은 법률상의 금융감독기구인 금감위 또는 금융위를 제치고 마치 자신들이 금융감독기구의 본좌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이것이 1998년 4월 1일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출범한 지 한 세대가 지난 오늘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현주소다.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의 고리는 단절되기는커녕 다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한다는 말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핵심은 관치금융 청산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그 행간의 의미는 ‘제대로 된 금융감독기구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럼 최근 발표한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은 제대로 됐을까? 금융감독의 원리에 부합하고,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1997년 말의 초심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다. 적당히 아닌 것도 아니고 완전히 아니다. 왜 그럴까?

김병기 의원 안을 살펴보자. 이 개정안은 금융정책 업무를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감위로 개칭하고, 금융감독원을 쪼개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대선 공약을 다 이행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인 ‘관치금융 청산’이 없다. 신설하는 금감위 산하에 사무처 조직이 그대로 살아남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감독위원회뿐만 아니라 그 산하에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의 감독도 받게 돼 있어 이중으로 모피아에 종속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재정경제부의 통제까지 받도록 했다.

이것이 중립성과 독립성의 강화란 말인가? 과거에 금융소비자 보호가 안 된 것이 관료의 통제가 부족해서 그랬단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모피아가 저지른 섣부른 규제 완화가 금융소비자 보호가 훼손된 핵심 원인 아닌가?

그러면 이 누더기를 어떻게 기워서 그래도 걸칠 만한 옷가지로 만들 것인가? 우선 금융위에 사무처를 설치하도록 한 현행 금융위원회 설치법 제15조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 신설하는 금감위의 보좌는 금융감독원에 맡기면 된다.

둘째로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한 감독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한다. 미봉책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별도의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이 방안의 단점은 모피아 세력이 또다시 위원회 사무처로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국은행처럼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설계하고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는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내부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폐기해야 한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으로 자리를 옮기는 나머지 모피아가 이 통로를 이용해 다시 금융감독기구에 간섭할 빌미를 줄 이유가 없다.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통제는 국회와 감사원을 통해서 하면 된다.

이제 공은 국회 정무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들이 과거의 교훈에 눈과 귀를 막고 그저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누더기를 들고 ‘돌격 앞으로’를 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양식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문제점을 줄이려고 노력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성인(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